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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에서 드러난 벤투 전술의 문제점

hyucks 2019. 8. 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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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케이로스 감독

이란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일단 피지컬적으로 훌륭하고,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선수들이 포지션 곳곳에 포진해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하다. 케이로스 감독이 장기적으로 팀을 맡으며 만들어진 수비 조직력은 국제대회를 통해 증명이 끝났다. 이런 이란을 상대하는 것은 여타 과도기에 있는 유럽팀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나을지도 몰랐다.

 

- 벤투 감독이 플랜A로 생각하고 있는 변형 4-1-3-2는 전방에 많은 숫자가 배치되기 때문에, 전방 압박이 필수였다. 볼소유를 잃어버린 직후부터 강하게 압박했는데, 탈취보다는 사이드 공간에서 트랩을 만들어 패스 동선을 차단하는 식이었다. 투톱 중 한 명이 풀백에서 센터백 사이의 동선을 차단했고, 2선에 있는 선수들이 그 주위를 애워싸는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나 애초에 이란은 볼소유에 관심이 없었다. 압박 트랩 수비에 빠져, 패스 동선이 차단되면, 미련없이 전방으로 내질렀다. 이 때 생각보다 큰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란이 볼 경합에서 우위를 가져간 것이다. 몸싸움에 능한 이란 선수들은 경합 상황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반칙을 얻어내거나 볼을 홀딩하며, 전진하고 있는 동료에게 연결했다. 전방 압박을 통해 롱볼을 유도하고, 볼소유를 다시 되찾는 매커니즘이 깨져버렸다.

 

- 4-4-2 수비 형태도 다소간 문제가 발생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 부터 줄곧 수비시에는 4-4-2 포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론상 4-4-2는 넓은 피치를 측면과 중앙 가릴 것 없이 고르게 분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라인 사이간격이 촘촘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간격유지에 실패하면, 그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하며, 주도권을 내준다. 한동안 4-4-2가 주류에서 밀려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양 측면 공간도 문제다. 4-4-2는 종적으로, 횡적으로 균형을 갖춰 블록을 만들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11명의 선수로 피치 전지역을 커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좁은 간격을 횡적으로 유지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반대편 사이드 공간이 열리게된다. 간격에 대한 텐션이 경기내내 (레스터시티가 우승할 당시처럼) 유지되어야만 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시메오네 감독이었다. 라인사이의 간격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수들의 엄청난 수비가담을 요구했다. 미드필더들은 전진해서 상대방의 홀딩미드필더들을 마크하지 않아도 되었고, 좀 더 라인 간격에 신경을 쓸 수 있게되었다. 미드필더들의 배치도 색달랐는데, 일자라인이 아닌 지그재그 형태을 갖추게 하면서, 라인사이의 간격을 직접 커버하거나, 서로가 애워싸는 형태도 가능했다. 상황에 따라 홀딩 미드필더를 라인사이에 배치하기도 했다. (4-1-4-1 형태)

 

- 아쉽게도 벤투감독의 4-4-2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일반적이고, 심플한 형태를 고수했다. 공격수들은 수비가담보다는 역습에 대비했고, 두줄수비도 일자라인을 유지했다. 이란은 정석대로 측면을 넓게 활용하면서, 주도권을 가져갔고, 전진과 후진을 적절히 반복하면서, 종간격을 흔들어놨다. 그리고 2선의 선수들이 간격사이를 공략하면서 몇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4-2-3-1과 4-4-2 포메이션 상성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공략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마도 강팀과의 대결에서는 4-1-4-1 포메이션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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